필리핀에서 온 줄리와 사춘기 소녀 수진이의 우여곡절 가족 성장기
수진이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사는 평범한 6학년 여자아이다. 뛰놀기 좋아하고 밝은 성격의 여느 또래 아이들과 다름없는 수진이에게는 큰 고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다른 아이들과 달리 얼굴 까만 엄마가 있다는 것. 다섯 살 때 엄마를 여읜 수진이에게 새로 생긴 얼굴 까만 엄마는 말도 통하지 않고 바보 같기만 하다. 한없이 웃을 줄만 알지 한국에 대해서, 또 나에 대해서 도통 모르는 바보 엄마….
언니엄마,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필리핀에서 얼굴 까만 엄마가 온 뒤로 하루하루가 꽁꽁 얼어붙은 살얼음판이 되어버린 수진이네 집. 그런데도 바보 같은 엄마는 수진이가 행여 허기지지는 않은지, 학교에서는 즐겁게 지내는지 온통 수진이 생각뿐이다. 낯선 한국 땅으로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읍내에 있는 다문화지원센터에 나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문화를 배우며 수진이네 진짜 가족이 되려고 애쓴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고맙기도 하지만 여전히 낯선 수진이의 마음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사춘기 소녀에게 찾아온 크나큰 시련, 수진이는 이 시련을 잘 극복하고 진정한 한가족이 될 수 있을까?
차별 없고 평등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다
이 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네 수많은 ‘수진이네 가족’을 진심어린 눈빛으로 들여다본다. 호기심과 반감이 섞인 시선이 아닌, 주변에 녹아있는 따뜻한 한가족을 바라보는 일상의 시선 말이다.
수진이네 집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이미 수많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으로 북적이는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현재진행형 일들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평범한 이방인들에게 아직은 낯설어하는 한국인들, 어린 수진이에게는 그런 한국인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이방인이라 무시하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꺼려하며,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한다.
이 책은 이방인과 한국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미래상을 수진이네 가족을 통하여 보여주고자 했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이 동화를 읽고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배운다면 서로가 차별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평등하고 행복한 한국의 미래가 조금씩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