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대표적 미디어 매체인 영화를 통해 한 사회와 그 문화를 살펴본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다. 더욱이 라틴아메리카처럼 수많은 국가와 사회를 하나의 대상으로 삼아 그 문화적 가치와 배경, 구성원들의 삶 전반에 대한 감상과 분석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영화가 지닌 장점은 매우 긍정적이다.이 책은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와 문화를 탐색하고, 구성원들이 지닌 인식적 태도와 사고방식, 삶의 태도들을 조망하기 위한 목적에서 영화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기획된 연구 결과다. 영화를 소개하고 분석하는 책들은 최대한 많은 영화를 소개하려는 것을 기본적인 목적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세계에는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수많은 영화가 있고, 독자들에게 더욱 많은 영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다량의 정보가 중요한 가치 척도였던 시대적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터넷 혁명에 이어 스마트 혁명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에게 개별 영화의 기본정보에 대한 검색은 더 이상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 아니다. 단순하게 영화에 대한 정보를 장황하게 소개하거나, 감독 중심의 영화 패턴 분석이나 주제 및 장르별 정리 등의 작업은 더는 전문가들만의 고유 영역으로 남아 있지 않다. 이제 영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일반화된 작업이 되었으며, 따라서 전문적 성격의 저술은 개별 영화의 소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지향하는 메시지와 이슈, 토픽 등에 대한 본질적인 분석에 보다 무게를 두어야 한다.이 책은 라틴아메리카 영화 고유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토대 삼아, 개별 영화가 주제로서 다루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사회문화적 토픽과 담론에 대한 열린 토론을 제안한다. <나는 쿠바>, <판의 미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달콤쌉싸름 초콜릿>, <영혼의 집>, <비밀의 눈동자>, <저개발의 기억>,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 <루시아>, <바벨>, <테레사의 초상>, <프리다>, <인생은 휘파람> 등 총 13편의 작품을, ‘종속과 탈종속’, ‘개발과 저개발’, ‘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 탐색’ 등과 같은 담론 중심 영화들과 ‘페미니즘과 마치스모’, ‘현대인의 소통 부재’, ‘가부장제적 사회 이후 사회적 가치’ 등 현대 후기 산업사회의 핫이슈나 토픽 중심의 영화들, 그리고 현대인의 소통과 일상적 삶의 의미를 다룬 영화들로 나누어 정리하였다. 이로써 영화를 감상하는 독자들에게 개별 영화들이 지닌 이슈와 주제를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멕시코에서 칠레까지 주요 국가를 편하게 여행하는 태도로 시대와 사회적 배경을 달리하는 개별 영화들이 제공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조각들을 통해 퍼즐을 맞춰가듯, 라틴아메리카 사회문화의 가치에 대한 일별이 가능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