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의 매혹
현대인들에게 영화는 취미나 기호를 넘어 당대 사회와 개인의 가치를 보여주고 선도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논쟁적인 영화에 관한 담론들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고 대중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그러나 영화 장르와 장르 영화에 관한 연구는 다른 분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고대로부터 대중들에게 사랑받아 온 서사 예술 소재인 연애와 사랑, 결혼을 희극적으로 다룬 장르로서, 한국에서도 근 20년 동안 대중들의 인기를 업고 꾸준히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흥행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음에도 평단이나 학계에서 환영받지는 못했다. ‘연애담’과 ‘코미디’ 모두를 천박하게 여기는 유교적 사고의 영향도 부인하기 어려울뿐더러, 일련의 작품들이 다른 장르 영화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미학적ㆍ서사학적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의 생성과 변형 과정은 장르 연구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논제들을 제공한다. 두 개의 성(性)이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게 표현해내는 로맨틱 코미디는 남성과 여성 관객 모두에게 흥미로운 장르일 뿐만 아니라 그 사회에 잠재해 있는 성에 관한 의식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로맨틱 코미디의 역사와 변형 양상에 대한 연구는 그러한 의식들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학뿐만 아니라 사회학적인 의미도 가질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로맨틱 코미디의 발생 과정을 살펴보고, 장르적 성격을 파악한다. 둘째, 장르 변형에 관한 선행 연구들을 정리하면서 한국 로맨틱 코미디 연구에 적용하기 쉬운 도구를 찾아본다. 셋째, 한국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발전 단계를 구분하고, 그에 따른 변형 양상을 살펴본다. 넷째,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변형 원인을 찾아본다.
확실한 것은 로맨틱 코미디가 여전히 영향력 있는 장르로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는 이 장르 역시 소멸되어 영화사 속의 유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세상에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성(性)이 공존하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로맨틱 코미디야말로 대중들에게 연애와 사랑을 가벼우면서도 맛깔나게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장르이기 때문이다. 또한 로맨틱 코미디는 그 대중성과 작품 수에 비해 연구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장르이므로 학계에서도 앞으로 더욱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감히 이 책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