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중국의 고전문학들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서 살펴보는 사천과 호남 그리고 호북 지역은 걸출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다. 사천에는 <상림부上林賦>를 쓴 부漢賦의 대가 사마상여司馬相如와 그의 연인 탁문군卓文君, 사마상여와 함께 한부 작가로 이름을 날린 왕포王褒와 양웅揚雄, 《화간집花間集》의 시인들, 당나라 때 여제女帝 무즉천武則天, 성당시盛唐詩의 길을 열었던 진자앙陳子昻, 호방함과 끝없는 상상력 그리고 무한한 자유를 꿈꾸었던, 하늘에서 떨어진 신선 이백李白, <적벽회고赤壁懷古>를 노래했던 송나라의 문호 소식蘇軾, 그와 뜻을 같이 한 시인이며 화가였던 문동文同, 현대 중국 화단의 거장인 장대천張大千, 20세기 중국의 걸출한 문학가인 파금巴金, 현대 중국의 문학가이며 학자였던 곽말약郭末若, 모택동과 함께 중국 공산당을 창설한 주덕朱德 그리고 중국의 개혁개방을 주도한 등소평鄧小平 등 수없이 많다. 호남과 호북에는 전국시대 초나라의 애국시인이던 굴원屈原, 시대를 잘못 만나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고 불운한 삶을 살았던 예형衡, 삼국 정립鼎立의 주인공 제갈량諸葛亮, 이민족이 세운 청나라에 뜻을 굽히지 않았던 올곧은 선비 왕부지王夫之, 나라의 부름에 민병을 조직하여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한 증국번曾國藩 그리고 중국에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 한 모택동毛澤東. 이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사회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 호방함과 무한의 자유로움 그리고 끝없이 넘쳐흐르는 상상력이다. 그들의 호방함과 자유 그리고 상상력은 이백이 “촉나라 가는 길이 어렵다”라고 말했듯이 중원문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비교적 유교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곳, 귀문화鬼文化와 도교 그리고 신화의 고장인 초나라 땅의 기질을 타고난 때문이 아닐까.
사천과 호남 그리고 호북 지역은 옛 초나라 땅이다. 이 지역의 문화를 하나로 아우르는 키워드를 멜랑꼴리로 잡았다. 멜랑꼴리는 이 책을 하나로 관통하는 생각이다. 시름은 마음에 걸려 풀리지 않고 항상 남아 있는 근심과 걱정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의 수많은 예민한 감성을 지닌 문인과 예술가들이 이 땅에서 자신들의 시름겨움을 글로 풀었다.
이은상
지은이 이은상(李垠尙)은 현재 상명대학교 한중문화정보연구소 연구교수이다. 중국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최근에는 중국문학보다는 중국의 예술과 문화, 특히 중국의 시각문화와 물질문화 그리고 지역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시와 그림으로 읽는 중국 역사』(2007)
『담장 속 베이징 문화』(2008)
『장강의 르네상스: 16, 17세기 중국 장강 이남의 예술과 문화』(2009)
『이미지로 읽는 양쯔강의 르네상스』(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