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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자의식과 바깥의 체험 (이상문학의 해석)

이 책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 중의 하나면서 동시에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깊숙이 관련된 말이 ‘바깥’이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이중의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먼저 ‘문학이란 바깥의 시간과 공간을 체험하고 표현하는 일’이라고 말할 때의 ‘바깥’이란 뜻으로 사용되었다. 이때의 ‘바깥’이란 관습과 체계의 지배를 받는 일상적 세계의 바깥, 낯설고 특별한 체험이 이루어지는 시공간을 의미한다. 또 다른 하나의 ‘바깥’은 ‘이상의 문학은 문학 바깥의 문학’이었다고 말할 때의 ‘바깥’을 의미하기도 한다.이 책은 이상이 책, 독서, 글쓰기 등의 은유를 통해 끈질기게 탐구하였던 문자 공간의 경험을 탐색하고 재구성하려고 하였다. 우선 ‘책읽기’ 장에서는 이상 작품에 숨겨져 있는 책읽기와 관련된 비유를 찾아내어 그것들..
이 책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 중의 하나면서 동시에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깊숙이 관련된 말이 ‘바깥’이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이중의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먼저 ‘문학이란 바깥의 시간과 공간을 체험하고 표현하는 일’이라고 말할 때의 ‘바깥’이란 뜻으로 사용되었다. 이때의 ‘바깥’이란 관습과 체계의 지배를 받는 일상적 세계의 바깥, 낯설고 특별한 체험이 이루어지는 시공간을 의미한다. 또 다른 하나의 ‘바깥’은 ‘이상의 문학은 문학 바깥의 문학’이었다고 말할 때의 ‘바깥’을 의미하기도 한다.이 책은 이상이 책, 독서, 글쓰기 등의 은유를 통해 끈질기게 탐구하였던 문자 공간의 경험을 탐색하고 재구성하려고 하였다. 우선 ‘책읽기’ 장에서는 이상 작품에 숨겨져 있는 책읽기와 관련된 비유를 찾아내어 그것들이 형성하고 있는 내밀한 논리를 찾아내는 방법을 통해, 그가 책읽기의 비유를 빌어 실제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었는지를 밝히고자 하였다. ‘글쓰기’ 장에서는 역시 이상 작품에 나타나 있는 글쓰기와 관련된 비유를 찾아내고 그것들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를 해석해내고자 하였다.이를 통해 이상이 글 쓰는 행위를 고유하고 독자적인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정신적 탐구의 은유로 수용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우기’ 장에서는 이상의 작품에 나타나 있는, 글을 쓰지 않고자 하는 의지와 죽음에의 의지를 찾아내고 나아가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밝혀 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우기 행위가 진정한 글쓰기를 불가능하게 하는 글쓰기 자체의 조건과 한계를 극복하고 넘어서고자 하는 적극적이고 격렬한 선택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이상이 책읽기, 글쓰기, 지우기의 은유 속에 담아낸 경험을 전면에 드러내고 그 의미를 해석하고자 했던 이 모든 논의를 통해, 결국 이상이 그러한 문자 경험 속에서 한결같이 독창적인 글을 쓰려 하는 작가로서의 자신의 운명을 드러내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상은 그 누구보다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지배적인 매체의 교체, 다양한 매체의 한계와 가능성 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을 작품 속에 반영한 시인, 작가였다. 이 책은 문학의 조건과 가능성에 대한 반성적 사유와 실험을 수행하고, 세상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낯설고 특별한 체험과 그 표현을 순수한 형태로 구현했다는 두 가지의 해석 틀을 교차, 조합해서 이상의 문학작품을 해석하려고 하였다. 읽는 동안 위에서 설명한 ‘바깥’이라는 단어의 두 가지 의미를 잘 환기한다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임명섭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석ㆍ박사
고려대학교 BK21 한국학 교육 연구단 Post-Doc.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조교수
현) 고려대학교, 순천향대학교에서 강의
「사람과 풍경 사이에 난 길-정현종의 시」
「김기림 비평에 나타난 근대의 추구와 초극의 문제」
「이상 문학에 나타난 책과 독서의 은유」
「삶에 대한 긍정의 탐색과 좌절-이상의 <봉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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